국가직 소방공무원 시대 열려

【2020년 4월 1일】

국가직 요구 소방공무원 1인 시위

2020년 4월 1일부로 전국의 소방공무원 신분이 모두 국가직으로 일원화된다. 1973년 2월 지방소방공무원법 제정 이후 47년 만의 일이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 신분으로 전환하고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비롯한 인력, 장비 등의 지역 간 투자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대통령과 시ㆍ도지사의 협의가 있은 지 2년 반만의 결실이다.

지난 2017년 10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ㆍ도지사는 국민안전을 위한 ‘국가 책임’과 ‘지방분권’이란 양 가치의 균형을 확보하겠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시ㆍ도지사의 인사권과 지휘ㆍ통솔권은 유지하되 신분은 국가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법안 발의 후 2019년 6월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소방공무원 국가직 관련 6개 법률안을 의결했지만 야당의 이견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관련 법안은 10월 22일이 돼서야 진통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로써 지방소방공무원이라는 명칭은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1월 19일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정부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관련 법률에 따라 관련 법령들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국가직 관련 법률 시행일에 맞춰 하위법령 제ㆍ개정 작업을 완료했다. 새롭게 제정되거나 바뀌는 법령은 소방공무원 임용령 등 29가지에 달한다. 대통령령과 소방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 등 7가지의 부령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하위법령으로는 ▲소방공무원임용령ㆍ규칙 ▲소방공무원 복무규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소방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 및 시행규칙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 등에 관한 규칙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등에 관한 규정 등이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어떤 게 바뀌나 편집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에 따라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이제 국가직이 되지만 소방본부장과 지방소방학교장을 제외한 지방의 소방공무원 임용권은 모두 시ㆍ도지사에게 위임된다.

소방기관도 시ㆍ도 소속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시ㆍ도지사 직속으로 소방본부를 두는 형태로 격상된다. 지금까지 부지사 직속 부서 또는 실ㆍ국 단위의 행정조직 일부로 편성된 시ㆍ도 소방의 시ㆍ도지사 직속 부서화로 과거보다 위상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방청장에게는 시ㆍ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하거나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명확하게 주어진다. 화재 예방과 재난 등 필요시 시ㆍ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 또는 감독할 수 있게 돼 대형 화재나 재난 사고 때 소방청장의 책임까지 커지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소방공무원 복무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국가공무원법이 적용된다. 신규채용과 승진시험, 소방간부후보생 선발시험의 경우 소방청장이 실시하고 일부 권한은 시ㆍ도지사 또는 소방청 소속기관인 중앙소방학교장에게 위임된다.

소청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설치된 소청심사위원회에 청구하고 고충 심사 중 재심 또는 소방령 이상의 고충은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는 형태가 된다.

또 하위법령인 소방공무원 임용령 개정에 따라 소방령 이상의 임명장에는 대통령 직인과 국새가 날인되며 임용이나 인사교류, 교육 등 인사 관련 사항을 시ㆍ도와 소방청이 협의하기 위한 소방공무원 인사협의회도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소방공무원의 인사기록 전산화를 위한 표준인사관리시스템도 도입된다. 이는 앞으로 6만 명이 넘는 전국 소방공무원 인사 정보의 작성부터 유지, 관리 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다. 소방청은 이 시스템을 통해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간 인사교류를 활성화하고 우수인재선발을 위한 통합적인 인사관리시스템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승진이나 전보 등 전반적인 인사운영에 대해서는 시ㆍ도별로 시행하는 체제를 유지한다. 소방공무원의 복무규정 개정안에선 시ㆍ도 인력의 비상근무 등 복무사항에 대해 시ㆍ도지사가 정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지자체에 두는 소방공무원 조직, 어떻게 편성했나 편집

정부는 지난 3월 10일과 11일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소방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등을 제정ㆍ공포했다. 이 규정은 소방기본법을 근거로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ㆍ도 등에 두는 소방공무원의 정원을 정하고 있다.

공포 규정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소방공무원의 정원은 총 6만196명 규모로 정해졌다. 소방정감 3, 소방감 6, 소방준감 이하가 6만187명이다.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해진 소속 소방공무원의 계급별 정원은 조례로 정하고 필요에 따라 이 정원의 2% 내에서 증감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청장은 앞으로 시ㆍ도별 정원 조정을 위해 매년 9월 30일까지 수요를 파악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정원 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 시ㆍ도에 두는 소방공무원 정원표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소방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규정’에서는 소방본부장과 소방학교장의 계급을 정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경기도의 본부장은 소방정감이 임명되고 인천과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는 소방감 계급으로 소방본부장직을 수행한다. 소방준감 계급 소방본부장은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제2본부, 충청북도,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 등이다.

▲ 시ㆍ도 소방본부장 및 지방소방학교장 정원표

소방학교는 전국 7곳의 소방학교 중 서울과 경기 2곳이 소방준감, 부산, 광주, 강원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등 5곳은 소방정 계급이 학교장직을 맡는다. 따지고 보면 직급은 국가직 전환 이전과 동일한 형태다.

▲ 관련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소방공무원의 정원(소방본부장 및 지방소방학교장 제외)

인건비 중심으로 확대되는 소방재정 편집

국가직 전환과 함께 확충되는 소방예산은 인건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오는 2022년까지 충원하는 추가 소방인력에 대비한 예산은 ‘지방교부세법’ 개정에 따른 소방안전교부세로 충당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소방안전교부세율은 기존 20%에서 45%로 확대했다.

매년 약 5천억원 규모로 이뤄지는 이 예산은 우선 소방공무원 인건비로 쓰인다. 올해의 경우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총 3459억원을 투입해 신규 충원 인력의 인건비로 사용한다.

지방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전환 이후 기존 시ㆍ도 소속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시ㆍ도 예산으로 충당하고 신규 충원 인력은 소방안전교부세를 투입하는 구조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2020년 12월까지 2021년 이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따라 소요되는 추가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명시했다.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소요되는 추가 재원의 확보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과 소방안전교부세 교부기준 등에 관한 규칙 등도 개정했다. 소방안전교부세 대상 사업에 ‘소방인력 운용’을 추가해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공무원 인건비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인건비 지원은 소방공무원 충원 현황을 기준으로 교부토록 했다.

재정 안정화 위한 소방특별회계는 ‘내년부터 편집

소방의 독립 청 설립 이후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국가직화가 이뤄졌지만 전국 지자체별 소방 서비스의 균등화 문제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앞으로의 문제는 실질적인 소방예산의 확대다.

신분만 국가직일 뿐 지자체 소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소방에 투입되는 예산은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국가직도, 지방직도 아닌 애매한 조직 구조가 만들어진 탓에 지자체 예산투입이 더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내년부터 시ㆍ도에 설치되는 소방특별회계는 이런 예산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다. 사실 그동안 소방예산은 각 지자체에 따라 체계가 달랐다. 이는 안정적인 소방재정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2019년 12월 10일 새롭게 제정된 ‘소방재정지원 및 시ㆍ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이하 소방회계법)에서는 2021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소방재정 관련 특별회계를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는 소방재정 관련 특별회계가 설치된다.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소방 관련 특별회계를 설치ㆍ운용하는 현 체제에서 벗어나 별도의 소방 금고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소방청은 소방회계법으로 소방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특별회계가 법률 근거로 격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시ㆍ도 소방본부장이 설치와 운용을 맡게 되는 이 소방특별회계는 ‘인건비 계정’과 ‘소방정책사업비 계정’으로 구분된다.

인건비 계정 세입은 소방안전교부세 중 일부와 시ㆍ도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 지방세법에 따른 지역자원시설세 일부 등으로 편성된다. 모두 소방공무원 인건비로 사용되는 예산이다.

소방정책사업비의 세입은 소방안전교부세 중 일부, 시ㆍ도 일반회계 전입금, 지역자원시설세 중 일부, 소방사무 관련 국고보조금과 다른 특별회계 또는 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소방사무 관련 법령과 조례 위반자로부터 징수한 과태료 또는 과징금, 이행강제금, 소방사무 관련 법령과 조례 이행에 따른 각종 수수료 수입 등으로 편성된다. 정책사업비는 소방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와 소방시설 확충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쓰인다.

국가직화 맞물려 추진되는 정책, 어떤 것 있을까 편집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화가 이뤄지면서 국가 차원의 다양한 소방정책도 추진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오는 2022년까지 소방공무원의 심신건강을 위해 설치되는 ‘소방복합치유센터’다.

‘소방복합치유센터’는 소방공무원이 재난현장에서 신체ㆍ정신적 위험에 노출되면서 입는 부상 또는 스트레스 등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연구하는 소방 전문병원이다.

충북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 들어서는 이 치유센터에는 총사업비 1328억원이 투입된다. 소방공무원의 주요 상병 치료에 특화된 근골격계, PTSD, 화상, 건강증진센터 등 4개 센터에 21개 진료과목과 300병상 규모로 지어질 계획이다.

연간 400만여 건에 달하는 화재, 구조, 구급 출동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을 위해 특화된 시설로 치유센터 내에는 소방공무원의 주요 상병 진료와 연구 기능을 수행하는 ‘소방건강연구실’도 만들어진다. 이 연구실에서는 소방공무원의 임용부터 퇴직까지 공직 생애 기간 동안 유해인자 노출 여부와 건강 이력을 관리하고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치유센터는 퇴직자를 포함한 소방공무원과 직계가족의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감액해 주고 충북 지역사회의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민 일반진료도 수행한다.

소방청은 이외에도 소방의 역량 강화와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소방정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에는 시ㆍ도별로 분산된 상황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119통합상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시ㆍ도별 분산 운영되는 소방헬기의 전국 통합보험 도입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는 항공 부속 장비의 일괄구매를 추진한다. 2025년까지는 완전한 국가통합 운영시스템을 구축해 헬기를 활용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한다.

소방장비의 구매방식과 기준도 대폭 개선한다. 현재 시ㆍ도별로 구매하는 소방장비를 2021년부터 중앙을 통한 일괄구매 방식으로 전환하고 올해부터는 소방장비 국가인증제도를 도입한다. 소방장비 60종에 대해서는 기본규격을 연 20여 종씩 개발해 2022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소형사다리차 등 접근성과 기동성이 우수한 한국형 소방장비 개발과 보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조직의 기능 확대와 우수인재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중앙조직을 개편해 노인안전이나 화재감식 등의 기능을 보강하고 부서별 유사 기능 통ㆍ폐합을 통한 정책기능과 현장 지원 대책을 추진한다. 2022년부터는 소방수요에 적합한 우수인재 확보를 위한 소방직무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 중앙과 지방간 인사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통합 인사관리와 특별승진을 10%로 확대하는 방안, 전국 8개 소방학교의 통합관리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는 시ㆍ도별로 상이한 소방행정배상책임보험과 소방공무원 단체 보험의 통합을 추진하고 소방공무원의 공ㆍ사상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안전점검관을 올해까지 소방서별로 3명씩 배치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통한 소방역량 강화와 소방서비스 품질향상 정책들의 제1순위는 국민에게 더욱 나은 안전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임을 명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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