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노회찬법'으로 다시 태어나나

【2020년 6월 14일】

2019년 2월, 덕수궁 대한문 앞을 지나는 김용균 노제 행렬.

6월 11일, 정의당은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제21대 국회에서의 정의당 1호 법안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을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재해는 표면적으로 노동자 개인이 저지른 실수에 의한 사고일지 몰라도, 실은 안전을 위협하는 노동환경, 이윤 중심의 기업문화, 재해를 실수로 치부하는 사회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 결과이다. 그러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이후 지난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으로는 안전 관리에 힘써야 할 기업을 처벌할 수 없기에, 여전히 기업과 사회는 재해의 위험을 저평가하는 실정이다. 이에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기업과 경영책임자에 물음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이 안전관리에 힘쓰고 사회가 안전을 경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제안 요지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2017년 4월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노회찬법’)을 사실상 승계했다. 이 법안은 제20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2020년 5월 29일에 자동 폐기되었다. 두 법안은 처벌의 경중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범례 노회찬법 중대재해법
시민이나 노동자를 죽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시민이나 노동자를 다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시민이나 노동자를 사상하게 한 법인 10억원 이하의 벌금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
중대한 위반의 경우, 해당 법인의 전년도 연 매출액 또는 해당 기관의 전년도 수입액의 10분의 1의 범위에서 벌금 가중
시민이나 노동자를 사상하게 한 공무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
손해배상책임 손해액의 10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

노회찬법보다 이번 중대재해법이 처벌이 더 강력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에 대해,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 법의 목적을 처벌로만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예방의 효과가 더 크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과도한 벌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내기 힘든 영세업체에서 재해가 일어났을 경우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

한편,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김용균법의 미비함도 중대재해법을 발의한 계기가 되었다. 김용균법은 깊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법안이었지만, 12월 27일 열릴 본회의에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의원들의 합의에 결국 누더기가 된 절충안이 성급하게 법제화되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촉발된 법안이었음에도 정작 김용균 씨가 맡았던 업무는 법에서 사내 하청을 맡기지 못하게 한 업무에서 제외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대해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중대재해법 발의 기자회견장에서 “사고 이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청 말단직원에게만 사고 책임을 묻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2024년 5월 29일까지이다. 노회찬법이 폐기되고 김용균법이 졸속으로 통과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나아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

같이 보기편집

출처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