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8일 심층진단

【2014년 8월 18일】
2014년 8월 18일 심층진단입니다. 오늘은 군 가혹행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

2014년 4월에 윤 일병이 국군양주병원을 거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군은 첫날부터 피해자 윤 일병의 몸에 다량의 타박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모 병장 등 가해자 5명을 심문해, 다음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습니다. 이모 병장 등이 윤 일병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윤 일병이 견디지 못하자 수액을 주사해가면서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8월에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에서 폭로하고 나서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28사단은 사건 발생 후 상급부대인 6군단장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했으나, 6군단장은 상급부대인 3군사령부의 사령관에게 다음날 보고하면서, 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3군사령관은 이 사실을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군 감찰에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육군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32년만에 전군에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일반명령을 하달했고, 이것과 관련해서 전군 지휘관회의까지 열었던 것입니다. 과연 정말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윤 일병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군 조사에서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은 "심폐소생술 도중 신장이 파열되어 사망하였다"였습니다. 그러나 심폐소생술은 가슴을 압박하는 것이고, 신장은 하복부에 있어 심폐소생술의 부작용 중 하나인 "갈비뼈 골절"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장을 목격한 병사의 증언에 따르면, 윤 일병이 목에 음식물이 걸려 쓰러진 직후에도 병사들이 배를 심하게 밟았다는 정황 또한 드러났습니다. 군이 종합적으로 부실하게 사건을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이 사건으로 유탄을 맞은 인물이 바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입니다. 남 지사의 장남이 6사단에서 벌어진 가혹행위 및 성추행의 가해자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 지사는 "아들을 잘못 가르친 죄를 뉘우친다"며 사과했지만, 15일에 중앙일보를 통해 기고한 "아들이 군에서 가혹행위를 당할까 걱정했다"는 글과 같은날 SNS를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먹고 있습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이 있습니다. 남 지사의 대국민 사과는 17일에 이루어졌지만, 남 지사가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것은 13일이기 때문입니다. 남 지사는 "중앙일보 기고는 12일에 보낸 것이고, SNS글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사과했으나, 중앙일보 기고를 철회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럼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아마도 장교들의 인권 의식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윤 일병이 사망하기 전에 들렀던 국군양주병원의 병원장은 자신의 휘하 장교들에게 한 인권교육에서 윤 일병을 "굼뜬 병사", "맞을 만 해서 맞았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환자를 돌보는 의사이자 군인이 이런 정도이니, 일선에서 병사를 지휘하는 장교들의 인권 의식은 어떨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참에 군의 사법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군 사법체계는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 법원을 모두 지휘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수사와 기소, 재판이 지휘관의 성향 등에 좌우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분리해 지휘관이 검찰과 법원에 대해 간섭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럼 이 사고 이후 군이 내놓은 대책은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군이 내놓은 대책은 대체로 기존의 대책을 재활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군, 고삐풀린 망아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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