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마산 복선전철, 연이은 논란에 올해도 개통 '빨간불'

【2020년 6월 14일】


실드공법은 이러한 장비를 천천히 전진시켜 원 모양 단면의 터널을 뚫는다.
부전역 전경이다. 이곳이 부전-마산 복선전철의 시발역이 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장의 지반 침하 사고가 단순한 지반 침하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부전-마산 복선전철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서 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을 거쳐 창원시로 향하는 기존 경전선 열차를 좀 더 빠르게 운행할 수 있도록 건설 중인 노선이다. 이에 따라 부산과 마산 사이의 거리는 87 km에서 51 km로 대폭 줄어들며, 김해공항 입구, 부산경남경마공원, 장유동 등지에 새로운 역이 지어져 열차를 타고 부산이나 창원으로 이동하기 한결 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노선은 중간에 낙동강을 통과하는데, 이 구간은 하저터널로 건설되고 있다. 다만 낙동강 하류가 충적층이 50 m 이상으로 퇴적된 연약지반이어서, 이 하저터널에는 연약지반에서 쓰이는 특수한 공법인 실드공법이 적용되었다. 실드공법은 방패 모양의 장비를 조금씩 전진시켜 터널을 뚫는 방식이다. 실드 장비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일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터널은 실드 장비의 모양 때문에 열차가 한 대만 다닐 수 있어, 낙동강 하저터널은 상행선 터널, 하행선 터널,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대피용 터널로 나뉘어 지어지고 있었다.

문제의 사고는 바로 하저터널 공사장, 부산광역시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 강변에서 지난 3월 18일 발생했다. 당초 인명피해 없는 단순한 지반 침하 사고로 보도되었으나, KNN의 지난 6월 4-5일 보도에 따르면 이는 터널이 붕괴된 사고였음이 드러났다. 새벽 4시에 굴착 중이던 터널로 토사가 유입되어 대피용 터널이 무너졌는데, 같은 날 저녁 9시에는 본선 터널마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에 시공사인 SK건설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터널의 양쪽을 막아 물을 1만 6천 톤가량 채웠고, 실드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 공사가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노선은 낙동강을 철교로 지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노선과 낙동강을 건너는 경로가 비슷한 부산-김해경전철이 낙동강을 철교로 횡단하게 되자, 고가가 두 개나 지어져 소음과 미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주민 반발에 하저터널로 변경된 것이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연약지반에도 불구하고 민원만을 수용해 무리하게 하저터널로 바꾼 조치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사고의 진상이 국토교통부에만 통보되고, 정작 사고가 벌어진 곳인 부산광역시 측에는 전달되지 않아 대응이 늦어지게 된 원인이 된 점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부전-마산 복선전철은 이전에도 사업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7년에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개금동 신개금LG아파트에서 집단행동을 벌이느라 공사가 지연되었다. 주민들은 아파트의 지하를 터널이 통과하는 공사가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는데, 공사가 강행되어 아파트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올해 초에는 광역전철 운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많은 시·도민이 부전-마산 복선전철에도 현행 동해선 복선전철처럼 광역전철이 운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공사인 스마트레일에서 광역전철 계획이 없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실제 승강장 설비도 새마을호보다 빠르고 KTX보다 느린 EMU-250의 규격에 맞게 건설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여러 위기 속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10일, 본 사업의 공사 기간을 2021년 2월 10일까지 8개월가량 연장했다. 과연 2021년 3월에는 부전-마산 복선전철에 열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편집
 
기사 공유하기